몇 년 전부터 반려동물 인지기능장애증후군(CDS)에 관심을 갖는 수의사들이 늘어났습니다. 관련 세미나도 지속적으로 열리고, CDS용 처방식까지 출시됐죠.
여기에 지난 2월 업계를 뒤흔든 큰 사건까지 발생했습니다.
㈜지엔티파마가 개발한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CCDS) 치료제 ‘제다큐어(성분 : 크리스데살라진)’가 검역본부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은 것입니다. 합성신약 동물용의약품 중 국내 최초 허가라는 쾌거였습니다.
3차원 알츠하이머 세포배양모델에서 크리스데살라진이 신경세포의 사멸과 타우병증을 막을 수 있다는 결과가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게재된 상황에서,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에서의 효과가 공식적으로 입증되자 국내외 수의학계의 큰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특히, 난항을 겪고 있는 (사람)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 가능성에 대한 희망도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지엔티파마는 올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크리스데살라진의 약효와 안전성을 검증하는 임상연구를 개시할 예정입니다.
제다큐어의 품목허가로 반려동물 인지기능장애증후군에 대한 관심이 다시 한 번 높아지고 있는데요, 제다큐어를 개발한 ㈜지엔티파마로부터 반려동물 인지기능장애증후군과 제다큐어에 대한 기고문을 받아 2편에 걸쳐 게재합니다.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 치료제 제다큐어를 보호자들에게 내놓으며① ㈜지엔티파마 애니멀헬스 사업부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의 고령화 시대가 이미 시작됐습니다. 수의학의 발전으로 노령기 반려동물도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게 됐고,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죠.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었습니다. 애완동물이 아닌 가족으로서 평생 함께할 반려자라는 인식이 강해지며, 반려동물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삶의 질에 대한 보호자의 관심은 의료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동물이 아프지 않아도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위해 동물병원을 찾는 보호자들이 많아졌으며, 생명에 지장이 없더라도 동물이 불편해하거나 생활하기 곤란한 증상을 호소하면 즉시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됩니다.
이처럼 반려동물의 고령화, 수의학의 발전 및 반려동물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주목받는 질환이 있습니다. 바로, ‘반려견, 반려묘 치매’라고 불리는 인지기능장애증후군(CDS, Cognitive Dysfunction Syndrome)입니다.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은 신경퇴행성질환(neurodegenerative disease)으로, 뇌가 노화하면서 여러 가지 기전을 통해 인지기능 및 행동 장애와 관련된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반려견 치매, 반려묘 치매는 공식적인 질병명은 아니지만, 임상 증상이 사람의 치매와 유사하므로 흔히 이 질환을 치매라고 부릅니다.
인체에서 치매는 원인이나 기전에 따라 여러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지만, 흔히 치매라고 하면 보통 알츠하이머성 치매(Alzheimer’s disease)를 일컫습니다. 실제, 국내 치매 환자의 약 70%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입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과 병리 기전은 현재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뇌에서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의 결핍, 과도한 산화적 스트레스(oxidative stress) 및 염증(inflammation), 아밀로이드 베타 침착(amyloid beta accumulation), 타우 단백질 인산화(tau phosphorylation) 등이 관찰되며, 결과적으로 신경세포의 사멸이 유발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반려동물 인지기능장애증후군도 이와 유사합니다. 위의 원인들이 위험 요소로 작용하여 인지기능 저하와 기억력 감퇴를 유발하죠.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은 퇴행성 질환으로 대부분 노령 동물에게 발생하며, 평균 9살령 이상에서 호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인지기능장애증후군에 걸린 동물의 평균 나이는 이보다 더 어릴 가능성이 큽니다. 반려동물은 사람과 달리 의사 표현이 명확하지 않아서 보호자가 동물의 인지능력 저하를 초기에 알아채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동물병원에 내원했을 때 이미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이 중증 이상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은 모든 행동 장애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매우 다양합니다.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을 흔히 “DISHA”라고 표현합니다. DISHA는 공간적 방향감 상실(Disorientation), 사회적 상호작용 변화(Interaction changes), 수면/각성 사이클 변화(Sleep/wake cycle changes), 대소변 실수(House soiling), 활동성 변화(Activity level changes, Anxiety)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말입니다.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이 의심되는 반려동물의 경우, 이 DISHA에 해당하는 임상 증상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소화기계 질환이나 피부 질환 등은 조직 생검이 최종 확정 진단 방법인 경우가 많지만, 중추신경계 질병에서 뇌나 척수를 생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따라서, 혈액학적 검사, 세포학적 검사, 영상학적 검사 등을 통해 잠정 진단하는 경우가 많죠. 특히 인지기능장애증후군에서 나타날 수 있는 뇌실 확장(ventricular enlargement)이나 넓어진 대뇌구(widened cerebral sulci) 등의 영상학적 소견은 인지기능장애증후군에 걸리지 않은 정상 노령견에서도 관찰될 수 있는 특징이기 때문에 진단에 어려움이 따릅니다.
그러므로,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을 진단할 때에는 ‘rule out’을 기본적인 진단 원칙으로 삼고 검사를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혈액검사 등 실험실적 검사를 통해 인지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다른 기저 질환을 감별하고, 신경계 검사를 통해 뇌의 병변 유무를 예측합니다. 마취가 가능하다면 CT, MRI, PET 등 영상학적 검사를 통해 구조적인 신경계 질환 유무를 확인하고, 인지기능장애증후군에서 나타날 수 있는 뇌의 구조적, 기능적 이상을 평가합니다.
그런데, 인지기능장애증후군 진단 과정에서 쉽게 간과되는 것이 바로 설문 평가입니다.
사람의 경우, 치매의 진단과 약물 개선 평가를 할 때 신경심리검사를 진행합니다. 뇌 기능과 관련된 인지기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검사입니다. 대상자가 직접 수행하는 ADAS (Alzheimer’s Disease Assessment Scale) test, CERAD (Consortium to Establish a Registry for Alzheimer’s Disease) test, SNSB (Seoul Neuropsychological Screening Battery), 치매의 심화도를 평가하기 위해 환자와 보호자 인터뷰를 통해 척도를 측정하는 CDR (Clinical Dementia Rating)이나 GDS (Global Deterioration Scale) 등 많은 종류의 평가지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치매 진단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현재 수의학에서는 공인된 반려묘 인지기능장애증후군 진단용 설문지는 없으나, 반려견의 경우 DISHA 증상을 포괄할 수 있게 만들어진 CCDR (Canine Cognitive Dysfunction Rating scale), CADES (CAnine DEmentia Scale) 등의 설문지가 있어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을 진단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노령 동물들은 마취의 위험성이 높아 영상학적 검사가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설문 평가가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을 진단하는 데 더욱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의 치료 내용으로 이어집니다.
https://www.dailyvet.co.kr/news/practice/companion-animal/145807